나쁜 녀석들

태수정문 / 신새벽 조각

YIMSOHA 2016. 12. 3. 23:34



신새벽이 될 때까지 정문의 작은 방에는 불이 꺼지지 않았다. 매서운 겨울 바람은 허술하게 창틀에 끼워맞춰진 얇은 유리창을 부술 듯이 때려댔고, 흔들리는 창틈으로는 칼날처럼 매서운 동장군의 한기가 비집고 들어와 방 안을 제 맘껏 휘돌았다. 가운데에 정문이 있었다. 허리를 꼿꼿이 세워 시선만 앉은뱅이 책상에 고정한 정문은 느리지만 빠르게 원고지의 칸을 채워가고 있었다. 단정한 글씨 하나하나가 흔들림 없이 종이 위에 몸을 누일 , 이번에는 겨우 걸쇠 하나로 잠궈두었던 문이 덜컹, 하고 제법 날카로운 소리를 내었다. 그러나 정문은 마치 일상적인 것마냥 글을 써내려가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겨울이면 으레 들려오는 친숙한 소음이었다. 오히려 연필심과 원고지가 부딛치는 소리 이외에는 너무도 조용한, 작은 칸의 정적을 깨트리는 고마운 소리이기도 했다. 이렇게 번을 덜컹거리면 바람도 멎고, 덜컹이는 수를 머릿속으로 헤아리면 밖에는 해가 날이 밝아오리라.

 

 아직 어둠이 내려앉아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 창밖을 잠시 곁눈질하던 정문의 뒤로 다시 문이 덜컹였다. 덜컹, , . 정문이 연필을 내려두었다. 문을 때리는 것은 바람이 아니었다. 미묘하게 다른 무게에 정문이 느릿하게 몸을 반쯤 돌려 현관을 바라보았다. , 한번 문을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소리는 잠잠해졌으나 주변에 제법 예민했던 정문은 밖에 아무도 없는 기척을 죽이고 돌아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나을까 생각했지만, 맞물리지 못해 바람이 새어드는 문틈으로 들려오는 희미한 숨소리는 온전한 이의 것이라기엔 꽤나 가쁘고 힘겨웠다. 누가 시간에 저를 찾았는지 기억을 더듬어도 길이 없어 정문은 잠시 고민하다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걸음을 걸어 문짝의 잠금을 풀었다.

 

  것인가, 잠시 고민하던 정문은 밀려들 바람에 잠시 한숨을 내쉬며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새벽 공기에 얼어버린 냉기가 뺨을 때리듯 매섭게 정문을 휘돌았고 잠시 눈을 가늘게 그는 소리의 근원을 찾듯 시선을 움직였다. 그리고 다시금 거칠은 숨소리가 들렸을 , 그는 작은 쪽방의 바깥벽에 기대어 앉은 남자를 보았다. 고개를 숙인 탓에 보이는 것은 짧은 머리뿐이었으나, 틀어쥔 옆구리와 셔츠에 검게 배어나온 핏물, 고르지 못한 숨소리가 그의 대부분을 설명하고 있었다. 제법 귀찮게 되었고, 다른 의미로 난감하게 되었다. 문을 닫지도 그를 부르지도 못한 가만히 문고리를 붙잡고 있던 정문을 향해 남자가 삐걱이며 고개를 들었다. 와중에도 찡그리듯 웃으며 정문에게 말을 걸었다. 잠시 침묵을 지키던 정문은 대답 대신 주변을 둘러보았다. 순찰을 돌러 테다. 여러모로 곤란해지느니 무어라도 일단은 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싶어 정문은 따뜻하진 못한 손을 그를 향해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