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 또 하루만 다시 널 볼 수만 있다면
더 멀리, 더 깊이, 날 데려가 줘, 날 이끌어 줘
실 종 느 와 르 M
오 대 영 x 길 수 현
W . 준 희
“그런데 제임스. 그거 무슨 약이야?”
약을 털어넣던 수현의 손이 불현듯 입 근처에서 멈추었다. 천천히 고개를 돌린 수현이 제 옆에 선 대영을 보았으나 정작 말을 꺼낸 장본인은 이쪽을 보지도 않은 채 사건 현장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렇잖아. 보아하니 그거 시도때도 없이 먹는 것 같던데. 또다시 툭하니 말을 뱉어낸 대영이 블루종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채 두어 발짝 앞으로 걸어가 폴리스 라인 바로 앞에 섰다. 여전히 대영은 수현을 돌아보지 않았고, 그것은 일부러 그를 외면한다기보다는 흘려 말하듯 일상적인 행동이었다. 툭하니 던진 말이었지만 수현이 시시때때로 물도 없이 약을 챙겨 먹는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원체 남 신경 안 쓰고 멋대로 약을 먹긴 했지만 제게 직접 말을 꺼낼 정도로 그의 앞에서 약을 많이 먹었던가, 싶어 수현은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블루종 주머니에 찔러넣었던 손을 꺼내 폴리스 라인을 걷어 안으로 들어가려던 대영이 문득 자리에 멈춰서서 수현을 돌아보았다. 그 모습을 그저 눈으로 지켜보던 수현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저를 돌아본 대영과 시선을 마주했다.
“어디 뭐, 아프기라도 해?”
“……예?”
“제임스, 그거 먹기 전마다 이마를 짚고 있잖아. 두통
오는 것마냥.”
그래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아무리 그냥 두통약이래도 그렇게 자주 먹으면 몸에 안 좋아. 거 알만한 사람이 말이야, 자꾸 그렇게 약 먹어버릇 하고. 어? 제임스. 하고 씩 웃어보인 대영이 수현의 어깨를 가볍게 두어 번 두드렸다. 걱정이 되어서 견딜 수가 있어야지~ 하고 덧붙인 목소리에는 장난이 잔뜩 어려 있다. 잠시 눈을 깜박이며 제 눈 앞의 대영을 바라보기만 하던 수현이, 한 박자 정도 늦게 그를 따라 나직하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오 형사님께 걱정도 다 받아 보네요. 제가. 그래도 별 거 아니니까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래, 이렇게 나와야지. 내가 다 예상하고 있었다고.”
일부러 떨떠름한 표정을 한 대영이 부러 장난스레 손을 튕기며 수현을 가리키고, 이내 다시금 씩 웃으며 다시 몸을 사건 현장 쪽으로 돌렸다. 그리고 한 손을 흔들며 느릿이 걸음을 옮겼다.
“그래도 말이지, 이렇게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좋은 거야. 어디가 아픈지는 내가 직접 말해줄 때까지 안 물어볼 생각인데, 그러니까 병원을 가든지 약을 좀 줄이든지 해 보라고.”
오케이? 그의 말을 들으며 수현이 제 양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넣었다. 암페타민 약통이 손 안에 자연스레 들어온다. 대영은 어느새 폴리스 라인을 넘어 현장을 지키던 경찰들과 함께 사건 현장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좋은 거야. 방금 전 대영이 건넨 목소리가 에코처럼 귓가를 희미하게 울렸다. 그래서 문제인 거겠죠. 수현이 나지막이 중얼거리곤 눈을 감았다. 여전히 두통은 사라지지 않은 채 뭉근하게 제 머리를 짓눌렀다. 이제 이정도 두통은 아무렇지도 않아 약을 먹지 않았지만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자켓 주머니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몸을 떨었고 눈을 뜬 수현이 핸드폰을 꺼내 발신인을 확인했다. 서준이었다.
“네, 서준 씨. 지금 곧 가보겠습니다. 위치 문자로 전송해주세요.”
짧은 통화를 끝낸 후 수현이 다시금 사건 현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여전히 대영은 현장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종종 경찰에게 말을 건네기도 하면서 이곳저곳을 살피고 있었다. 그에게 아무런 말도 건네지 않은 채 그저 물끄러미 그 모습을 지켜보던 수현이 몸을 돌려 주차해둔 자신의 차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걱정이라니, 제게 있어선 오히려 생소하고 두통을 배가시키는 단어가 아니던가. 운전석에 올라탄 수현은 미련없이 시동을 걸어 사건 현장을 나섰다. 굳이 그에게 먼저 간다고 알릴 필요는 없을 터였다. 아니, 어쩌면 뒷걸음질 치는 건가. 운전대를 잡은 수현이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괜히 운전대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오대영. 그는 다분히 제 두통을 증폭시키는 남자였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
새벽까지 사건 마무리를 지은 후, 서준은 퇴근도 하지 못한 채 소파에서 막 잠든 참이었다. 힘들기도 했겠지. 요 며칠간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노트북 앞에 붙어 있었을 테니. 밤낮으로 돌아다닌 건 자신과 수현이었지만 적어도 저는 이런 상황에 제법 익숙했던 터라 나름대로 버틸만 했다. 수현도 아마 비슷할까, 그래도 명색이 FBI였다고 하니까. 주방에 가서 스틱을 뜯고 컵 두 개에 제법 뜨겁게 김이 올라오는 아메리카노 두 잔을 탄 대영이 힐끔,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나만 깨어 있나, 제임스 이 사람은 오자마자 방에 틀어박혀선…… 작게 중얼거리던 대영이 모락모락 김이 퍼지는 머그컵 두 잔으로 다시 시선을 돌리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알고 있다. 그와 제 사이가 요즘들어 그닥 좋지 않다는 것을. 먼저 피한 것도 다름아닌 본인이었으니 할 말은 다 했지 싶다. 그렇게 우연히 만난 것이 아니었다면 얼마나 더 피해다니다 특수실종전담반으로 복귀했을지…… 후, 짧게 숨을 내쉰 대영이 괜히 제 머리를 헤집었다. 꼴사납게 피하기나 하고 말이야. 나이도 먹을만치 먹은 아저씨가. 이렇게 저 자신을 질책한 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럼에도, 형사 생활 하다 보면 동료들, 다른 사람들, 심지어 상사들하고도 심심찮게 마찰이 일어나곤 하는데 왜 길수현하고 빚은 마찰에 저는 먼저 피해버렸냐 이 말이다. 복잡한 마음에 얼굴을 찡그린 대영이 될대로 되라지, 작게 중얼거리며 양 손에 컵을 들었다.
계단에 올라서자 대영의 무게에 희미하게 삐걱이는 소리가 울린다. 일정한 소리와 함께 다시금 대영은 생각에 잠겼다. 며칠간은 눈을 감을 때마다 저를 노려보는 수현의 시선이 느껴졌다. 분노에, 그리고 울분에 가득찬 시선이 저를 향할 때마다 대영은 이상하게도 가슴 한 켠에 그대로 비수를 꽂는 것만 같은 잔인한 느낌이 들었다. 왜 그런 느낌이었냐고? 그걸 알았으면 그가 그렇게 덜컥 휴직계를 냈을까. 저도 모르니 그저 피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런데 더 웃기는 건, 쉰다는 명목으로 침대에 누워 잠이 들 때마다 죽은 아이를 끌어안고 오열하는 길수현의 모습이 생생하게 눈 앞에 펼쳐졌다는 것이다. 그 표정이, 일그러진 그 얼굴이, 울고 있는 그 눈이…… 붉게 물든 그, 눈이. 그렇게 잠에서 깨곤 했다. 쉬는 동안, 그리고 서로 돌아가 출근하는 동안 한 번도 그를 잊어버린 적이 없었다. 우스운 일이었다.
어느새 굳게 닫힌 문 앞에 도착한 대영이 문 옆 선반 위에 잔을 올려놓고 문을 두드렸다.
“제임스. 자나?”
부러 낮게 물어보기도 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진짜 자나…… 뻘쭘한 표정을 지으며 닫힌 문만 하릴없이 바라보던 대영이 두어 번 헛기침을 하며 한쪽 귀를 문에 가져다 대었다. 그러자, 고요해야 할 문 너머에서는 침묵 대신 낮은 노이즈가 흘러나왔다. … 안 자는 건가? 아니면 TV를 보다 잠들기라도 한 걸까. 잠시 고민하던 대영은 결국 빈 손으로 문 손잡이를 잡아 돌렸다. 당연하게도 잠기지 않은 문고리가 제대로 돌아가며 문이 열렸지만, 이상하게도 쉽게 문을 밀고 들어갈 수가 없었다. 거 참,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새벽이라 그런가. 괜히 크게 심호흡을 하며 문고리를 꽉 잡은 대영이 겨우 제가 들어갈 수 있을 만큼 문을 밀어 공간을 만들었다.
“……?”
지직거리는 노이즈. 아무것도 나오지 않아 창백하게 푸른 잡음으로 방 안을 비추는 TV. 그리고 창문도 열어두지 않아 방 안을 가득 메운 지독한 양주 냄새. 들어가자마자 자신에게 훅, 끼쳐드는 알코올 향에 본능적으로 얼굴을 찡그린 대영이 주변을 둘러보았고, 이내 어렵지 않게 수현을 찾을 수 있었다.
“… 길수현.”
검은 가죽 의자, 그 위에 무릎을 모아 웅크려 앉은 한 남자. 고개를 돌려 반쯤 숙이고 있었지만 분명 길수현이었다. 허, 믿을 수 없다는 듯 짧게 숨을 내뱉은 대영이 잔을 서랍에 대충 올려놓은 채 급히 수현에게 다가갔고, 그의 앞에 서서 손을 뻗은 순간 훅하고 끼쳐드는 알코올 냄새에 다시금 얼굴을 찡그렸다. 이게 대체 무슨. 뭐 하는 거야? 제임스? 술 마셨어? 담요를 어깨에 두른 그의 어깨에 손을 얹은 채 주변을 돌아보던 대영의 시선 안에 들어온 것은 협탁 위 갈빛 액체 속 얼음이 거의 다 녹아 물이 맺힌 크리스탈 잔, 그리고 엎어진 채 제 몸 안의 흰 알약을 모조리 밖으로 쏟아낸 작은 약통. 분명 수현이 언제나 들고 다니며 입 안에 털어넣었던 그 약이었다. 대영이 손을 올리고 그에게 말을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수현은 아무런 답이 없다. 그저 제 앞에 아무도 없다는 듯 양 무릎에 고개를 파묻어버렸을 뿐이다. 그런 그의 정수리를 한 번 내려다본 대영이, 아주 조심스레 협탁으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약통에 손끝이 닿는 그 순간.
“… 오 형사님.”
끊어질 듯 희미하지만 분명 그의 목소리였다. 언제나처럼 나직한 목소리였지만 오늘따라 유독, 늘어나버린 테이프처럼 바닥으로 가라앉는 듯한 느낌은 아마 그가 마신 양주 때문일까. 왜 갑자기 안 하던 술을 마셔서. 사람 속상하게. … 왜 속상하지? 그러나 그 답을 찾기도 전에 다시금 수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만약… 만약에, 말입니다.”
발음은 제법 또렷했지만 느리게 계속되는 말은 그가 온전한 상태가 아님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 제임스. 만약에 왜. 저도 모르게 조금 다급하게 대답한 대영이 그를 일으켜 세우려 협탁에 뻗었던 팔을 수현의 쪽으로 돌렸다. 우선 그를 침대에 눕히는 게 우선일 듯 싶었다. 제가 보기에도 수현은 온전한 상태가 아니었다. 아무리 당분간 사건이 없을 거라지만 대체 왜 이렇게 혼자서 뭘 많이 마셔서. 그러나 그의 행동은, 이어진 수현의 말에 그대로 멈춰지고 말았다.
“…… 오 형사님의 선택이 옳은 게 아니었다면요.”
“……”
“그러면…”
… 저를, 걱정해주지 않으실 겁니까? 느리고 희미한 목소리가 노이즈로 가득찬 방 안을 울렸다. 제임스, 하고 부르려던 대영의 목소리가 멈추었다. 유독 지금의 상황과, 그리고 그의 모습과 너무도 어울리지 않았다. 아니…… 아니, 어쩌면 그가 지금 낼 수 있는 가장 최선의 크기였을지도 모른다. 그가 꺼내놓을 수 있는 가장 솔직한 심정. 누구에게도 꺼내지 않았고, 누구에게도 꺼낼 수 없었던 솔직한 심정일까. 대영이 침묵을 지킨 채 여전히 고개를 숙인 수현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브라운 톤의 체크무늬 담요를 조금 더 여며줄 뿐, 어떠한 답도 하지 않은 채. 그러자 움츠리듯 어깨를 늘어트리며 바람 빠지는 웃음소리를 낸 수현이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었다. 제게서 멀어지실 거고, 특수실종전담반에 또다시 나오지 않으실 거고… 더 이상 제 눈 앞에 보이지 않겠죠. 그렇게, 영영 볼 수 없게 될 거고요. 걱정을 받을 수도 없겠죠. 마치 어린애 투정처럼 수현은 떨리는 목소리를 계속해서 내었다. 감은 눈 안쪽이 문득 뜨거웠다.
“걱정, 해주지 마세요.”
“……”
“…… 걱정해주는 사람이 되지 마세요.”
… 그런 사람이 생길 때마다, 머리가 아파요. 아파서… 죽을 것 같습니다. 오 형사님. 정말, 이대로 모두 다 조각나서 죽어버릴 것 같다구요… 그런 사람이 생기고, 사라지는, 그 과정이, 제 머리를 짓눌러요. 암페타민으로도 아픔이 가시질 않아요. 알고 계십니까? 오 형사님… 종래에는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듯 목소리가 떨렸다. 듣는 사람 누구라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였다. 한참이나 침묵을 지키던 대영이, 복잡미묘한 표정을 한 채 입술을 깨물었다. 또다시 둘 사이에는 노이즈만이 감돌았고, 결국 먼저 몸을 일으킨 것은 수현이었다. 팔걸이를 붙잡은 채 바닥에 발을 딛은 수현이 어깨에 담요를 걸친 채 의자에서 일어났지만, 오래 앉아있던 탓인지 혹은 술을 과하게 마신 탓인지 쉽게 몸을 가누질 못했다. 제임스, 한숨을 내쉰 대영이 수현의 어깨를 고쳐 잡고 단단히 일으켜 세웠다.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듯 흐느적이는 몸이, 여전히 온전히 들지 못해 가려진 얼굴과 흐트러진 머리칼이 오히려 안쓰러웠다. 한참 그 모습을 바라보기만 하던 대영이 입술을 달싹이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수현의 옆으로 다가가 섰다. 대체 너는 여기 오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제임스. 작게 중얼이며 다시 주저앉을 듯 몸을 가누지 못하는 수현을 품에 안듯 부축한 대영이 그대로 수현을 침대로 옮겨 눕혔다. 침대에 눕혀질 때까지 수현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이불을 덮어준 대영이 작은 한숨과 함께 침대맡에 걸터앉았다.
“… 제임, 스.”
언뜻 보이는, 부드럽게 흩어진 머리칼 사이로 보이는 옆얼굴이 창백했다. 감은 눈은 찡그린 것 같기도 했고 그저 평온히 눈을 감은 것 같기도 했다. 고르게 숨을 내쉬는 듯 들썩이는 어깨를 바라보며 대영이 입술을 깨물었다. 어느 생각도 정리할 수 없었다. 생각의 조각이, 그 모든 단상이 바닥에 흩뿌려져 정리조차 할 수 없게 퍼져버린 듯 했다. 1층에 두고 온 담배가 절실했다. 끊은 담배를 다시 피우게 된 것도, 그래, 그 날 이후였지. 죽지 말아야 할 아이가 죽은 날. 이 사람이 자신을 원망하는 눈초리를 보내던 날. 그 날은 대영 자신에게 있어서 아무래도 여러 의미로 떨쳐버리고 싶은 날이자 나쁜 의미의 터닝포인트가 된 것이 분명했다. 하, 하고 바람 빠지듯 헛웃음을 지은 대영이 한 손으로 마른세수를 하며 고개를 돌려 수현을 다시 시선 안에 담았다. 이름을 부름에도 답이 없는 것을 보아 이제는 진짜 잠이 든 듯 했다. 그러나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 자리에 못박힌 것처럼 앉아 잠든 수현의 옆얼굴만을 바라보며 대영이 느릿이 눈을 껌벅였다.
“… 길수현.”
나는, 모르겠다. 모르겠어. 길수현. 네 아픔이 어떤지, 얼마나 큰 고통인지. 대체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네가 그런 고통을 떠안게 된 건지… 모르겠다고. 그래서 내가 어떤 행동을 해야 좋을지도 나는 짐작할 수가 없다. 그만두는 게 나을지, 그대로 서있는 게 나을지, 혹은……
대영이 고개를 돌려 시계를, 그리고 창문 밖을 차례로 보았다. 새벽 세 시. 그리고 어둡기만 한 새벽 하늘. 별조차 떠있지 않아 마치 검은 그림자가 창 밖을 그대로 뒤덮은 것 같기도 했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제 머리속처럼 그저 시꺼먼 어둠이었다. 이상하게도 대영 자신이 그리도 사랑하는 아내조차 지금 이 순간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를 떠오르는 것이 죄책감이 들 만큼 기묘한 순간이었다. 왜일까. 길수현. 너는 답을 알고 있을까. 묻고 싶었지만 또다시 삼킨 말이 새벽의 어둠에 묻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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